평생 알던 내 ‘사주’가 틀렸다고?

평생 알던 내 ‘사주’가 틀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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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5. 26. 21:07

최근 인간의 길흉화복 등 운명을 예측하는 명리학에서 1년의 기준은 ‘입춘(立春)이 아닌 동지(冬至)’라는 학술 대립이 첨예하다.

흔히 사주팔자라 해석하는 사주학에서 1년의 기준이 오랫동안 적용돼왔던 ‘입춘’이 아니라 ‘동지’라 한다면, 이는 실로 경천동지할 만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는 동지와 입춘 사이 약 45일 사이에 태어난 우리나라 국민 중 약 600만명 이상이 잘못된 해석으로 운명을 이해하고 있음은 물론 이 기간 동안 일상생활의 결혼이나 이사 등 길흉화복을 잘못된 해석으로 예견해 왔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로 인한 피해는 자못 심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

더욱이 사주학이 단순히 점(占)이라는 미신과 같은 것이 아니라, 이미 국립대학교에서 정식 석사과정이 있을 만큼 학문적이며 과학적 입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세수연주(歲首年柱, 사주에서의 1년의 기준점)에 대한 진위여부는 뜨거운 논쟁의 한 가운데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주연주 기준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단체는 한국동양운명철학인협회(이하 동양철학회)와 한국천문역리학연구회(이하 천문역리학회).

동양철학회는 한 해의 기준이 입춘이라는 주장이고, 천문역리학회는 동지라는 주장이다. 이 두 단체는 최근 격한 논쟁을 벌이던 끝에 명예훼손 여부를 놓고 법정다툼으로까지 비화시키면서 날카로운 세수(歲首)논쟁을 벌이고 있다.

한 해의 기준 ‘입춘’이냐? ‘동지’냐? 뜨거운 공방

발단은 수년 전 천문역리학회가 다양한 근거문헌을 제시하며 ‘전통적으로 입춘을 세수기준으로 삼아 온 것이 틀렸기 때문에, 이를 폐기하고 동지를 세수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그동안 입춘을 세수기준으로 명리학을 영위해 온 기존 역술인들의 치명적인 오류가 입증될 수도 있는 중대한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동양철학회를 비롯해 오랜 세월 입춘세수설을 기준으로 명리학을 가르쳐 자격증을 부여해 역술인을 양산해온 역학단체들로서는 명예와 자존심이 걸린 중대사로 확대되어 경우에 따라서는 존폐의 기로에 설 수도 있는 심각한 논쟁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동지 전 45일은 금년에 속하고 동지 후 45일은 명년에 속하는 것’

천문역리학회는 ‘동지세수설’의 주요 근거문헌으로 우선 황제내경 영추 ‘순기일일분위사시편(順氣一日分爲四時)’의 ‘하루를 나누어 사계절로 삼으면 아침은 봄이 되고, 정오는 여름이 되며, 저녁은 가을이 되며, 밤중(동지)은 겨울이 된다.(以一日分爲四時朝則爲春日中爲夏日入爲秋夜半爲冬)’는 내용을 들고 있다.

천문역리학회는 또 동지가 역원(曆元), 즉 갑자년, 갑자월, 갑자일, 갑자시인 동시에 한해가 시작되는 시점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학술적 근거로 ‘맹자 이루하편’을 든다.

그 내용은 ‘야반(夜半)이란 곧 갑자시(甲子時)인 것이다. 년(歲, 甲子), 월(月, 甲子), 일(日, 甲子), 시(時, 甲子)를 모두 갑자(甲子)로 역의 원(曆元)을 삼았다. 대체로 건인(建寅) 월(月)로써 년의 첫 달(歲首)을 삼고 그를 계산하면 이것은 계해(癸亥)년 11월(十一月)이 되는 것이다. 건자(建子)월로써 일년(一歲)의 최초를 삼고 그를 계산하면 갑자(甲子)년의 기후(氣候)는 이미 이곳(冬至)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년(歲) 또한 갑자(甲子)년이라고 말하는 것이다.(新安陳氏曰夜半卽甲子時歲月日時皆甲子爲曆元盖以建寅月爲歲首 算之則是癸亥歲十一月 以建子月爲一歲之最初算之 則甲子歲之氣候已始於此矣故云歲亦甲子也)’는 해석이다.

천문역리학회는 특히 사주팔자의 시조로 일컬어지는 이허중이 ´자월, 즉 동지에는 하늘이 바르게 되고 일 년의 시간이 일양에서 시작된다. 인(寅)월, 즉 입춘은 땅의 첫 번째(地首)가 되고 양의 기운이 갖추어져 사람이 인시(寅時)에 일어난다(子爲天正 歲時始于一陽 寅爲地首陽備人興于甲)’고 하여 년(年)의 시작은 11월 동지에 일양과 함께 시작되는 것이라고 한 문헌(이허중명서)을 제시하고 있다.

천문역리학회는 이와 함께 문연각사고전서(文淵閣四庫全書)에 나오는 주자의 설명을 동지세수의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천지(天地)의 사이에는 정해진 국(局)이 있으며 사방(四方)과 같은 것이다. 앞으로 밀면서 행(推行)함이 있으며 사시(四時)와 같은 것이다. 북방(北方)에는 곧 이의(二義, 陰陽)가 속(屬)해 있으니 동지 전 45일은 금년에 속하고 동지 후 45일은 명년에 속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자시(子時)전 사각(四刻)은 금일에 속하고 후 사각(四刻)은 명일에 속하는 것이다. (朱子曰. 天地間有箇局定底, 如四方是也。有箇推行底, 如四時是也。屬北方便有二義, 如冬至, 前四十五日屬今年, 後四十五日屬明年。子時前四刻屬今日, 後四刻屬明日)’

무엇보다도 천문역리학회는 이 같은 학문적 근거와 논리를 바탕으로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제시한 분지팔절표와 영남대학교 출판부에서 편찬한 한국연력대전(韓國年曆大典)을 통해 4갑자일(四甲子日), 즉 ‘갑자년 갑자월 갑자일 갑자시’의 존재와 4갑자일(四甲子日)의 주기가 240년마다 돌아오게 된다는 사실을 확인함으로써, 4갑자일이 돌아오지 않게 되어 있는 모순을 안고 있는 입춘세수설이 결코 옳지 않고, 동지세수설이 옳다는 점을 확신하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동양철학회 “역원(4갑자)과 주역은 사주와 관련 없다”

동양철학회는 천문역리학회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한 마디로 “역원(歷元)과 주역(周易)은 사주와 관련이 없다”는 말로 일축했다.

동양철학회 김일엽 회장은 “동지라는 것은 음양의 분기점이다. 동지가 지나면 1양이 시작된다고 주장하지만 명리학이라는 것은 기상학이다. 동지에는 생명체가 존재할 수가 없고 입춘이 되어야만 생명이 싹트기에 사주의 세수로 삼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주역과 명리는 아무관계가 없다. 주역은 음양서이며 명리와는 다르다. 우주에서 생명체가 존재하는 것은 봄이기 때문에 봄은 즉 인이기에 인부터 시작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자(동지)에서는 하늘이 열렸고 축에서는 땅이 열렸고, 인(입춘)에서는 만물이 생존할 수 있었다. 만물이 생존할 수 있었기에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삼라만상의 길흉화복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인월로 해서 입춘이 되어야만 그해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봄․여름․가을․겨울이 만들어 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양철학회의 최국봉 전 회장도 “4갑자는 역원으로, 사주와는 관계가 없으며 사주는 24절기로 본다. 동지에서 1양이 생하지만 꽁꽁 얼어붙은 겨울에는 생명이 자랄 수 없다. 즉 새싹이 돋는 봄 인월로 일년의 기점을 잡아야한다. 동지는 음양의 분기점일 뿐”이라고 말했다.

최 전 회장은 이와 함께 “정월 인이란 인월로 입춘이며, 해의 첫 달을 가리키는 것으로 음력과는 관계가 없다. 천정․지정․인정 즉 3정 이것을 따온 것이 정월이다. 하나라 때 인월 인정, 주나라 때 하늘 천정, 은나라 때 땅지 지정 그래서 삼정이 나온다. 즉 연수를 따질 때 정월이라 한다. 양력은 정월이라 안하고 1월이라 한다. 우리나라는 물론 동양권에서는 양력을 쓰지 않았다”며 “또한 4갑자가 (동지로)시작된 것은 맞지만 그것은 달력 만드는 역원일 뿐이다. 사주와는 관계없다”고 주장했다.

입춘을 세수로 했을 때 4갑자의 순환문제와 관련해서 최 전 회장은 “입춘을 처음으로 했을 때 4갑자는 돌아오지 못한다. 그리고 4갑자와 사주는 관계가 없다. 4갑자는 음력으로 동짓달 초하루 정자시로 4617여년 경에 처음 들어왔으며 그때 이후로 240년 만에 4갑자가 된다는 천문대 자료는 말이 안 된다. 4갑자는 4617년 이후는 다시는 안 돌아온다”고 말했다.

최 전 회장은 특히 천문대에서 만든 만세력으로 사주를 보면서 천문연구원 자료를 부정하는 모순에 대해서 “명리학자들은 1월1일로 사주를 안 본다. 입춘을 기준으로 즉 생명체가 만들어지는 기준으로 해서 춘하추동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며, 4갑자는 명리와 관계없이 단지 달력 만드는 기준”이라면서 “입춘이라는 날짜 부호는 60갑자이지만 4갑자와는 관계없다. 4갑자는 역원의 시작일 뿐, 사주와는 관계가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동양철학회, 오히려 동지세수 입증자료 내놔”

동양철학회는 입춘 근거문헌으로 천문역리학회가 동지문헌으로 제시한 ‘이허중명서’와 ‘맹자 이루하편’을 동일하게 제시했다. 그러나 이 내용을 살펴본 한학 전문가들은 오히려 “동지 근거문헌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동양철학회는 또 원천강상(袁天綱上) 십이월건(十二月建)편에 나오는 ‘정월은 인(寅)이다. (正月寅)’, 행대운법(行大運法)편의 ‘갑자(甲子)년 정월(正月)이다.(甲子年正月)’, 귀신류(貴神類)편의 ‘갑(甲)과 기(己)년은 병인(丙寅)으로 시작된다.(甲己遁起丙寅)’ 등을 들고 있다.

동양철학회는 황제내경영추의 ‘인(寅)이란 정월에 양이 생하는 것이다.(寅者, 正月之生陽也,)’와, 예기(禮記) 제6권 ‘맹춘의 월이다.(孟春之月)’, 삼명통회에 나오는 ‘절기는 입춘이다.(節氣立春)’, ‘입춘으로 양남은 미래의 일(日)을 세는 것이다.(立春陽男數以未來之日)’ 등과 논인원사사(論人元司事)편의 ‘정월은 건인(建寅)이 되고 인중(寅中)에는 간(艮)이 있다.(正月建寅, 寅中有艮)’ 등을 제시했다.

동양철학회는 이어 자평수언(子平粹言) 오호돈가결(五虎遁歌訣)편에 나오는 ‘역법이 건인(建寅)으로 세수(歲首)를 삼으면 갑년은 갑(甲)으로 자(子, 갑자월)를 가(加)하여 갑자(甲子), 을축(乙丑)월의 2달을 제외하여 상년외(上年外)에 귀입(歸入)하고 병인(丙寅)으로 정월을 삼으면, 을년(乙年)은 병자(丙子)월 정축(丁丑)월의 2달을 제외하여 상년외(上年外)에 귀입(歸入)하고, 무인(戊寅)이 정월이 된다. 이는 건수(建首)의 불동(不同)으로 인한 것이며, 둔법(遁法)이 다른 것이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기년(己年)과 갑년(甲年)이 같고 경년(庚年)과 을년(乙年)이 같으니 나머지도 같이 헤아리면 된다.(曆法建寅爲歲首, 甲年以甲加子, 除甲子乙丑兩月, 歸入上年外, 以丙寅爲正月, 乙年除丙子丁丑兩月, 歸入上年外, 以戊寅爲正月, 此因建首之不同, 非遁法有異也. 己年同甲年, 庚年同乙年, 餘可類推)’ 등도 근거문헌으로 내놓고 있다.

동양철학회는 이와 함께 낙록자부주에 나오는 ‘오호(五虎)라는 것은 모두 인(寅)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갑기(甲己)년은 병인(丙寅)으로 시작하고 을경(乙庚)년은 무인(戊寅)으로 시작하며 병신(丙辛)년은 경인(庚寅)으로 시작하고, 정임(丁壬)년은 임인(壬寅)으로 시작하며, 무계(戊癸)년은 갑인(甲寅)으로 시작된다. 그러므로 오호(五虎)라고 말하는 것이다.(五虎者皆起于寅, 甲己起丙寅, 乙庚起戊寅, 丙辛起庚寅, 丁壬起壬寅, 戊癸起甲寅, 故云五虎也)’ 등의 내용도 입춘세수설의 근거문헌으로 제시하고 있다.

천문역리학회 “동양철학회의 입춘 근거문헌, 단순히 봄을 뜻해”

동양철학회의 이 같은 근거문헌에 대해 천문역리학회는 “세수기준이 될 수 없는 엉뚱한 근거를 잔뜩 제시하고 있다”면서 “제시된 문헌자료 중에는 오히려 동지세수를 입증하는 자료까지 포함돼 있어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천문역리학회 이상엽 학술위원장은 “동양철학회에서 제시하고 있는 근거문헌 중 원천강상, 황제내경영추, 예기 제6권에 나오는 내용들은 단순히 ‘봄’을 말하는 것인데 도대체 세수기준과 무슨 관련이 있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또 “삼명통회에서 인용한 내용은 편명에서 알 수 있듯이 세수기준이 아니다”라며 “특히 동양철학회에서 제시한 자평수언과 낙록자부주에 나오는 내용은 인(寅)을 정월이라고 할 때 그 천간(天干)이 무엇인가를 찾는 공식, 즉 연상기월례(年上起月例)로서 세수(歲首)기준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 이를 정말 모르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의문을 표시했다.

이 위원장은 “뿐만 아니라, 동양철학회는 맹자이루하, 이허중명서 등에 나오는, 해석을 제대로 하면 동지세수설을 명백히 입증하고 있는 내용마저 거꾸로 입춘세수설의 근거문헌이라고 내놓고 우기고 있어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입춘세수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제시하는 근거문헌을 살펴보면 그 시절 농사짓는 기준이나 나라를 다스리는 기준으로 입춘을 삼았던 것인데, 그것이 오랜 옛날 어느 시점엔가 역리학에서 세수기준으로 잘못 적용된 것으로 짐작된다”면서 “지금이라도 이를 바로 잡아 사주풀이를 잘못해 다수의 국민들에게 선의의 피해를 입히는 문제점이 해소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특히 “동양철학회를 비롯해, 대다수의 역술인들이 만세력과 60갑자의 순환법칙을 근거로 운명을 감정하고 있으면서도, 4갑자의 순환을 부정하면서까지 영원히 4갑자가 돌아오지 않는 치명적인 모순을 지닌 입춘세수설을 고수하려는 것은 멀쩡한 상식으로는 납득이 되지 않는 어리석은 태도”라면서 “명리학은 현대과학의 이론이나 자료들과 일치할 때 비로소 살아있는 과학으로 인정이 된다는 사실이 명약관화한 만큼 역리학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과학적 마인드를 갖고 전향적으로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끝으로 “동지세수설은 당나라 이허중 선생뿐만 아니라, 관평연해자평평주와 지난 1915년 원수산 명리탐원은 물론 1960년 중국학자 오준민 선생이 ‘명리신론’ 을 통해 밝혀내어 50년 간 18판이 넘도록 팔리고 있기도 한 이론으로서 그 타당성이 서서히 입증되고 있는 정론”이라면서 “최근 들어 올바른 이성을 지닌 많은 명리학도들이 관심을 넓혀가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번역 및 감수자 “입춘 세수 근거 찾을 수 없어”

한편 본보는 양 단체에서 제시한 한 해의 기준을 정하는 근거문헌 등을 대한민국서예대전 심사위원 등을 역임한 서예가와 성균관 유도(유교)회 대전시본부, 국립대학 중문학과 등에서 번역과 감수를 받았다.

이들은 번역과 감수 후 “양측이 세수의 기준으로 함께 제시한 ‘이허중명서’나 ‘맹자 이루하편’은 모두 한 해의 세수를 정하는 기준을 동지로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동양철학회에서 제시한 문헌의 대부분은 입춘을 계절의 시작으로 말하고 있으며, 일 년의 세수를 말하는 문헌은 찾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https://v.daum.net/v/20090526210705713